2024. 04. 09., 경북 포항시 남구.

술에 기대지 않고 잠에 든 것은 오래간만이었거든요

오늘만큼은 랩미팅에서 당당하게 한 게 없음을 밝혔습니다. 부풀리고 꾸미는 것에 통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넘게 한 게 없으면 꾸며낼 것 조차 없더라고요. 시험 공부라는 좋은 핑계에 사로잡힌 것 같습니다. 5월 초 까지 결과를 내야하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다음주부터는 다시 집중해서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반팔을 입기에 충분한 날씨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동아리방 에어컨을 청소해야겠다 싶었어요. 날개 사이로 언뜻 보이는 얼룩들을 보고 있노라면 여름 내내 곰팡이의 습격을 받겠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일반적인 벽걸이 에어컨을 생각하면서 앞쪽을 들어서 필터를 빼내려고 했는데 열리지 않더라고요.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사용설명서를 찾아보니 위쪽에 있는 프리필터만 씻어주면 된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찝찝해요. 나는 저 안쪽의 상태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닦아내고 싶었는데. 아쉬운대로 프리필터만 비누로 씻어주었습니다. 송풍으로 한참을 틀어두었어요.

나는 슬라이드를 노트에 정리하면서 공부를 하는 편입니다. 눈으로 읽기만 하는 것보다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면서 옮겨 쓸 때 공부가 잘 되는 것 같아요. - 그나마 잘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오늘이 두번째로 읽어보는 날이었는데 머리에 남아있는 내용이 거의 없더라고요. 볼펜은 샤프보다 미끄러워서 불편하다는 생각만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태우와의 러닝은 오랜만이었습니다. 요즘 루시의 ‘못 죽는 기사와 비단 요람’을 자주 듣고 있어서 오늘 러닝을 할 때에도 들으면서 해봤어요. 노래의 박자가 발 구르는 타이밍과 잘 맞아서 발을 내딛는 행위가 재밌어졌습니다. 재미와는 별개로 3km 구간에서부터 옆구리가 아파와서 포기할 뻔 했습니다. 러닝하면서 옆구리가 아팠던 건 2년 만인 것 같아요. 익숙하지 않은 감각에 무방비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피켓을 들고 러닝 하는 사람도 봤어요. 선거 운동을 정말 다양하게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4. 04. 09.,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중간고사 주간이라 수업이 없었습니다. 당연하게도 늦잠을 잤어요. 엄청난 늦잠을 잤어요. 나는 별로 인지하고 있지 못했는데 피로가 꽤나 쌓인 모양이었습니다. 방에서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아리방으로 향했습니다.

2024. 04. 09.,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두부와 아몬드 브리즈로 식사를 해결하고 공부에 전념했습니다. 어젯밤에 SVM을 dual problem으로 풀어내는 부분이 전혀 이해되지 않아서 거의 포기한 상태로 잠들었었습니다. 다행히 자고 일어나서 개운한 머리로 다른 설명을 보면서 다시 살펴보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학부 새내기 때에는 밤새서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게 공부를 잘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수면을 취하고 다시 살펴보는게 훨씬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통찰이 필요한 작업들은 모두 해당되는 주장일 것 같습니다.

2024. 04. 09., 경북 포항시 남구.

5km 러닝 신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컨디션도 좋지 않았고 어제 러닝을 이미 한 터라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말이죠. 나의 발구름 박자에 맞는 노래를 들으면서 러닝하는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개운하게 일어났다는 감각이 신선했습니다. 술에 의존하지 않고 잠에 든 건 오래간만이었거든요.

2024. 04. 10.,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6번길 25-1 1층.

이번주 베라보 특선은 완탕면이었습니다. 당장에 방문해서 주문했어요. 나는 완탕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사장님이 음식을 내어주시면서 우리는 대만 현지 만큼의 맛은 안된다면서 수줍게 웃어보였어요. 내가 대만을 좋아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계시거든요. 그러면서 철수 사장님이 모든 완탕을 직접 빚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음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사장님들의 자세가 너무 멋있어보였습니다.

2024. 04. 10.,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10번길 33-12 1,2층.

효자까지 나온 김에 바르벳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한번씩 장소를 바꿔주는게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슬라이드는 충분히 본 것 같아서 기출 문제들을 풀어봤습니다. 작년 기출을 어렵지 않게 풀어내고 다시 답을 확인해보고 있는데 4번 문제를 잘못 푼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잡으려고 시도했지만 2시간 내내 풀지 못했어요. 고등학교 수준 기하와 벡터 문제인 것 같은데. 정말 수학에 있어서 너무 멍청해진 것 같습니다.

바르벳에서 공부하는 중에 태우와 민재도 봤어요.

2024. 04. 10.,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10번길 25.

저녁에는 유럽이 있던 자리에 새로 생긴 텐동집에 가보았습니다. 맛있지 않았어요. 재료 맛이 잘 나지 않고 튀김 옷 맛만 많이 나더라고요. 그냥 명절 음식을 밥과 함께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다음에는 가지 않을 것 같아요.

2024. 04. 10., 경북 포항시 남구.

웬일로 태우가 먼저 같이 러닝을 하자고 카톡을 보내왔어요. 월요일 화요일에 모두 러닝을 한 탓에 살살 뛰려고 했습니다만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보통 태우와 러닝을 할 때에는 내가 앞에 섭니다. 그런데 오늘 3km쯤에서 태우가 나를 추월했고 나는 그걸 따라잡기 위해 아등바등 뛰었어요. 다시 따라잡았을 때 페이스는 4분 50초였고 오늘은 정말 최고기록을 달성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표방송을 보면서 마무리 공부를 했습니다. 사실 공부를 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승연 선배가 카톡으로 풀이를 물어봐서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카톡이 온 김에 4번 풀이를 물어봤고 인도인의 솔루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기계학습 시험을 봤습니다. 작년 기출 시험 범위가 올해 시험범위보다 넓어서, 빠진 자리에 아마 Newton’s Method 관련된 내용이 추가되지 않을까 생각만 하고 공부는 하지 않았는데 딱 나오더라고요. 한번 더 살펴볼걸 싶었습니다. 유도 과정을 물어봤는데 유도 과정은 기억나지 않고 결론만 생각이 나서 결론만 달랑 적어두고 나머지 소문제를 풀었어요. 앞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마지막 문제를 풀지 못했는데 후에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쉬운 문제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플롯에 선 찍 긋고 개수만 세면 된다고. 억울했습니다. 그래도 나머지 문제들을 잘 풀었으리라 믿으면서 덮어두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빨래를 돌리려고 했는데 표백 당할 뻔 했어요. 세제 칸에 이상한 액체가 찰랑거리길래 살펴보니 락스인 것 같더라고요. 청소하시는 분이 주기적으로 세탁기를 락스로 청소하시는데 넣어두고 헹구시는걸 깜박하신 것 같았습니다. 새로운 패션 유행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나는 놓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시험도 끝났겠다 옷장 정리를 했습니다. 주말에 본가에 갈 예정이라 겨울옷들을 빼내서 챙겼어요. 그리고 이너들을 모두 말아서 정리했습니다. 면티 같은 이너들을 그냥 모두 옷걸이에 걸어두었더니 걸 공간이 좁아져서 옷들이 구겨지는 참사가 자주 발생하더라고요. 그래서 언젠가 이너들을 다 말아서 아래 칸에 넣어버려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오늘 손을 보았습니다. 확실히 효과가 있어요. 그동안 옷장에 들어가지 못해서 빨래 건조대에 걸려있던 옷들이 옷장에 모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겨울옷을 빼낸 탓도 있었겠지만요.

바이옴 액티베이트에서 레티놀과 리들액션을 주문했었는데 오늘 택배가 왔습니다. 저렴해서 속는 셈치고 주문해볼만 한 것 같더라고요. 그동안 디오디너리에서 나온 그랜액티브 레티노이드를 쓰고 있었는데 효과가 잘 느껴지지 않아서 레티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했습니다. 다음주부터 한번 써보려고요.

2024. 04. 11., 경북 포항시 남구. 2024. 04. 11., 경북 포항시 남구.

플러스 사람들과 밥을 먹고 보드게임을 함께 하다가 도망쳤어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힘든 감정이었거든요. 미안합니다.

작업을 하러 스타벅스에 갔어요. 이번주에는 세미나가 없었고, 이동에서 병원 예약이 있었던 탓에 방을 조금 일찍 나섰습니다. 커피만 마실까 하다가 배가 고파서 샌드위치도 주문했습니다. 평범한 맛이었어요. 애플 아카데미 사람들이 여기에도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병원에 방문했다가 올리브영에 들렀습니다. 원래 에뛰드에서 나온 순정 선크림을 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따갑게 느껴지더라고요. 선크림을 바꿀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닥터 자르트에서 나온 에브리 선데이 라인으로 구매했어요. 그런데 요즘 선크림 왜이렇게 비싼가요. 고작 60ml에 25000원 정도의 가격이라니 사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2024. 04. 12.,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방으로 돌아갔을 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페덱스였어요. 맥북 주문을 리스트 4동으로 해두었었는데 어딘지 모르시는 모양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기숙사에서 수령했습니다. 새 맥북이 도착한 탓에 작업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어요. 바빴지만 미뤄두고 새 맥북을 셋업했습니다.

2024. 04. 12.,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로189번길 4.

저녁에는 후배와 밥약을 갔어요. 청춘밥상에 한 1년만에 가보는 것 같습니다. 일하시는 분이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실수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물을 가져다 주시지 않아서 요청했는데 컵을 안 주셔서 따로 요청했어요. 이런 식의 자잘한 실수가 많으셨습니다. 별개로 규카츠는 맛있었습니다. 규카츠를 처음 먹어보았을 때에는 그렇게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제 고기 굽는 실력이 모자랐던 탓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잘 굽지 못하지만 그나마 나아진 실력으로는 규카츠가 처음보다는 더 맛있어질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기 아쉬워서 3가지 옵션을 제시했습니다. 카페 가기, 술 마시기, 파하기. 술을 마시는 옵션을 제시한 건 올해 들어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사고쳤어요. 응.


권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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